때는 바로 조선 숙종시대(肅宗時代)였다. 전라남도 광주 땅에는 고유(高庾)라 하는 늙은 총각이 있었으니 그는 본래 선조시대(宣祖時代)에 문장으로 또는 충신으로 유명하던 고제봉 경명 선생(高霽峰敬命先生)의 후예로 대대 문벌도 상당하였고 생활도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지만은 그가 열한 살 안팎 될 시절에 와서는 가운(家運)이 아주 기울어지게 되어 그의 부친이 남의 빚보증을 하였던 관계로 가산을 전부 탕진하고 최후에는 그 부모까지 내외가 세상을 떠나게 되니 홀로 남아 있는 고아 고유(高庾)는 사고무친 몸을 의지할 곳이 없어 동네 사람의 집 신세를 지며 동쪽에 가서 밥 한 끼 얻어먹고 서쪽에 가서 잠 한 잠을 이루고 하면서 구걸을 하다시피 하게 되니 아무 공부도 할 수가 없었다. -<본문에서>
노총각의 만복 (차상찬 역사/야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