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조선인朝鮮人 삼봉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1
역사歷史의 과정에는 어떠한 단절도 없다. 혹여 역사 안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단절적 사건이라도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예컨대 토마스 쿤Thomas Samuel Kuhn이 논변하는 과학적 패러다임paradigm(틀)의 변화적 원리가 역사의 측면에서는 일견 단절의 현상으로서 인식될 수 있다. 역사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개벽開闢이나 혁명革命에 가까운 극단적인 단절적 변화의 일면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역사가 작동하거나 역사를 작동시키는 본래적인 원리 자체가 달라지는 현상인 것은 아니다.
현실세계의 온 인간존재가 동일한 종種으로서의 보편적인 특성을 지니듯 역사는 스스로 · 저절로 그러하는 천지자연天地自然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보편普遍(universal)의 원리에 따라서 작동한다.
이러한 보편의 원리는 많은 이들이 오해하여서 착각하고 있듯이 통합統合이나 통일統一 등에 기반을 두는 그림자권력적인 동일성同一性(identity)의 원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의 원리는 현실세계의 온 존재와 온갖 것들이 본래적으로 서로 닮아있는 닮음의 유사성類似性(similarity)을 의미하며 외려 그러한 보편은 모든 차이差異의 바탕 위에서 작동한다.
여하튼 여기서 현실세계의 역사가 인간중심주의적人間中心主義的인 존재자로서의 인간존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인지 천지자연중심주의적天地自然中心主義的인 존재자로서의 인간존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인지를 논변코자 함은 아니다.
조선경국전朝鮮徑國典은 조선朝鮮이라는 국가공동체의 실질적인 설계도다. 따라서 조선경국전을 살피면 조선이라는 왕조국가王朝國家의 본래적인 모습 자체를 알 수 있다.
최초의 조선인들이 조선이라는 왕조국가를 어떠한 사유방식思惟方式으로써 구조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조선이라는 왕조국가가 어떠한 이념理念으로써 작동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조선경국전은 애당초 굳이 이런저런 주석註釋이나 해설解說을 덧붙이지 않은 본문만으로도 그 의미와 의도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기술記述된 텍스트text다.
다만 원전原典이 한자漢字로 기술되어 있고 그에 대한 번역어가 한문 투인 탓에 기존의 번역서가 현대인들에게 낯설 따름이다.
이에 역자譯者는 현대의 독자讀者들이 그 본문만을 독서하더라도 그 텍스트 자체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현대적인 어투로써 번역하고자 하였다.
지은이 정도전鄭道傳
삼봉三峰 정도전(1342 ~ 1398)은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살았다. 그는 문신이며 유학자이며 시인이며 정치가이며 사상가이다.
정도전은 역성易姓혁명으로써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인물이다. 그 역사의 중심에서 그는 새로운 왕조국가인 조선을 설계했다.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자 최고 권력자였던 정도전은 조선의 이념적 바탕을 마련하고 정치적 체제를 정비하여서 조선왕조 500여 년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따라서 그의 철학사상의 바탕 위에서 조선이라는 국가가 구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집三峰集을 살핀다면 조선이라는 국가공동체의 역사적 · 문화적 · 정치적 구조의 시원始原에 대한 대강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삼봉집 중에서도 조선경국전朝鮮徑國典은 정도전의 정치철학의 핵심과 전체를 담고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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