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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로해줄 SF의 새 얼굴, 황모과 첫 소설집
만화가 특유의 경쾌한 감수성과 발칙한 상상력 그리고 한국 국적자인 동시에 일본 영주권자라는 ‘경계자’의 정체성으로, 삶과 죽음, 현재와 역사, 세대와 세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던 신인 작가 황모과의 첫 번째 소설집 『밤의 얼굴들』.황모과의 소설은 미스터리로 남은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내고자 애쓴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발 딛고 있는 두 소설은, 현재와 100여 년 전의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며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 결과, 과거 사람들이 겪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은 현재 우리의 슬픔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서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모든 이가 ‘우리’ 안에 포섭될 수 있게 하는 힘, 공감능력이다. 타인을 공감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가능만 하다면 타인의 기억과 감각을 제 것처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바로 이 불가능한 일을 이뤄내기 위해, 이제까지 외면받아온 이들의 마음을 애도하기 위해, 황모과는 SF의 상상력을 사용한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 과 「모멘트 아케이드」는 타인의 ‘기억’과 ‘감각’을 피처럼 몸속에 수혈하고자, 특정 감각 정보를 통해 타인이 느꼈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 데이터 임베딩’(「당신의 기억은 유령」)과 타인의 기억을 체험할 수 있는 ‘모멘트’(「모멘트 아케이드」)라는 과학기술을 상상해낸다. 타인의 기억과 감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기 몸에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몸속에 들어오는 타인의 기억과 감각이 폭력과 억압의 결과물이라면, 불편함을 넘어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저자 : 황모과
일본으로 이주해 만화가 스튜디오에서 제작 스태프로 일했고, 만화 관련 통·번역 및 매니지먼트 일을 병행해왔다. IT 기업에서도 6년간 일했다. 2020년 MBC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의 원작 「증강 콩깍지」를 집필했다.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ㆍ7
당신의 기억은 유령 ㆍ45
탱크맨 ㆍ83
니시와세다역 B층 ㆍ105
투명 러너 ㆍ137
모멘트 아케이드 ㆍ167
작가의 말 ㆍ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