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의 초판이 나온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도 강하게 진행되어 왔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왔다. 현재도 세계경제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진행형이다.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에서는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위기 이전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성장률 둔화와 일자리 부족현상이 조만간 종식되기보다는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국의 실물부문까지 급속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안 국제통상분야에서 우려하였던 보호주의의 부활은 실현되지 않았다. 1930년대 대공황 직후 자국 산업과 고용을 지키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보호장벽을 높인 결과 모든 국가들의 불황을 가중시켰다는 교훈을 되새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주요국들이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과 개방적 국제통상체제 유지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수면아래에서는 경기진작이라는 명목하에 취약산업의 보호나 수출증대를 위하여 보조금을 제공하는 한편, 수입품에 대하여 기술장벽을 높이거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일본처럼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인접국가와의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지속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하려면 정책공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회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교역국 간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다자 간 국제통상체제가 강화되고 제 기능을 발휘하여야만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다자 간 무역자유화 및 개발협력에 관한 국제적 지지는 이전보다 견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대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양자 간 또는 복수 간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위한 지역주의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개정은 글로벌 위기가 세계경제와 국제통상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를 기다리다가 늦어졌다. 하지만 더욱 복잡해진 국제통상의 큰 그림을 제시한 후 각 분야별 전문지식을 간략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첫째, 제 III부 4장의“국제통상 의제의 다원화"를“새로운 국제통상 이슈"로 바꾸면서“무역과 원조"에 대한 논의를 추가하였다. 한국이 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최초의 사례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개발원조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FTA가 크게 확산되면서 상품 및 상품외 거래, 그리고 산업피해 규제 및 분쟁해결절차 등에 대하여 다자 간 협약보다 높은 수준의 규범이 적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본서에서는 이렇게 강화된 규범과 제도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양자 간 FTA뿐 아니라, 점점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복수국가 간 협정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셋째,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과 통상규범, 그리고 주요국의 통상정책을 새로 정리하였다. 또한 제 V부 3장의 국제협상사례를 대부분 새로 선정하여 생생한 정보를 전하려 노력하였다. 여씨춘추를 보면 아무리 장사라도 소꼬리를 힘껏 잡아당기면 꼬리가 끊어질지언정 소를 움직일 수 없고, 어린 아이라도 소의 고삐를 잡으면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닐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즉, 도리를 깨닫고 따르면 쉽게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본서가 국제통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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