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양파 공동체》의
시인 손미, 첫 산문집 출간!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계획 없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삼십 대 시인의 문학적 고민과 자전적 고백들.
옛사랑의 쓸쓸함, 유년 시절의 외로움과 상실감, 밥벌이의 지난함,
뒤로 밀리는 시에 대한 죄책감과 다짐 등을 담아…….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주목을 받았던 손미 시인이 첫 산문집을 엮었다. 주로 《시인동네》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시 손보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얹었다. 저자는 삼십 대 시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문학적 고민과 밥벌이의 지난함을 고백한다. 아울러 사랑, 여행, 누군가의 죽음 등을 통해 얻은 상념과 감성을 담담하면서 시인다운 유려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책에 실린 글들은 시인인 ‘나’를 둘러싼 소문과도 같다. 기본적으로는 시인이 흘리는 나에 대한 소문(疏文)이기도 하면서, 남들이 시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추정하는 소문(所聞)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책은 크게 ‘내가 사랑했다는 소문’, ‘내가 살아 있다는 소문’, ‘내가 쓰고 있다는 소문’, ‘내가 거기 있다는 소문’이라는 4개의 구성으로 나뉘어 있다. 시인이 ‘나’에 대한 소문을 내는 이유는 소통이다.
“내가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인가 아직도 의구심이 듭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첫 장에서 시인은 옛사랑의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이별을 겪은 시인은 추억이 얽힌 장소에서 옛사랑을 회고하거나 잊기 위해 폭설이 내리는 설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유빙이 있다는 그곳에 가서 너를 버리리라. 그렇게 잊으리라” 다짐하던 시인은 결국 “살아라. 계속 살아라.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매서운 바람이 따뜻해서. 눈물이 핑 도는 거다”라며 위로를 얻곤 한다. 그곳에서 “안으로 잠긴 말을 컹컹 토하면서” 울고 나서 다시 삶을 이어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십 대 시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시인의 고백은 더욱 솔직해진다. 등단 직후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아 두려웠던 날들, 밥벌이를 위해 뒤로 미뤄야만 하는 시에 대한 죄책감, 안정된 직장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힘겨움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 삼십 대가 되니 시를 쓴다는 것과 시로 이름을 알리는 것과 시를 이용해 약간의 돈을 번다는 것과 그 돈으로 한 달을 사는 것은 같은 동그라미 안에 있다.”
문학만 할 수 있다면 돈도 필요 없다던 독기가 빠지는 삼십 대임에도 시인은 포기하거나 기죽지 않는다. ‘시인은 평생 행복하면 안 되는 족속 같다’는 다른 시인의 말을 단박에 알아듣는 상황에서도, 지금은 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안심하며 자신을 위로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계획 없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여전히 시인은 “먹고살려는 나를 끝없이 경계”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가 울컥 튀어 올라왔던” 나를 찾고 있다. 고독하고 가난하더라도 시를 쓰고 문학을 하면서 남들이 정해 놓은 방식대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인은 오늘도 노트를 펴고 시를 쓴다.
엄마 없는 염소가 나무에 묶여 있는 것을 보며 슬퍼하는 아이였다. 이런 감성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수학도 싫고 체육도 싫고 규칙도 싫었다. 창가에 앉아 낙서하고 편지를 쓰다가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소설 쓰려고 입학한 문예창작학과에서 숙제로 쓰던 시가 점점 좋아졌다. 그러다가 2009년 시인이 됐다. 5년 만에 《양파 공동체》라는 시집도 냈다. 시 쓰고, 비밀스럽게 소설도 쓰고, 꿈꾸고, 산책하고, 식물을 기르며 지내고 있다. 매일 걷는다.
내가 사랑했다는 소문
무엇들
산서로
눈의 횡단
이상한 이야기
흰 날
내가 살아 있다는 소문
너무 긴, 골목
나를 지배하는 여자
기차는 어떻게 견디나
볼록이라는 숨
우편함
내가 쓰고 있다는 소문
서른여섯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나는 착한 사람입니까?
다이얼
서울들
책이 있는 방
내가 거기 있다는 소문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의 폭설
사방을 수신하는 시간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