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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사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신혜연 옮김 | 김오
  • 등록일2019-02-0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31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SF 미스터리 소설
『교외의 사탄』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마주치는 유혹의 순간, 과연 그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지금 모트레이크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옮긴이 신혜연


★ “나는 모트레이크에 산다”

평범한 이웃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 추리와 반전이 있는 명작,『교외의 사탄』

『교외의 사탄』은 1953년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장기간 올랐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첫 소설집이다. 러셀은 그의 자서전에서 “교외의 사탄은 내가 모트레이크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이상한 사람(a stranger)이 모티브가 됐다. 그는 나를 보자 십자가(Cross)를 그리며 길을 건너갔다(crossed)”라고 언급하고 있다.
러셀은 교외의 사탄에서 평범한 주민들이 어떻게 악의적이고 사악한 말에 따라 귀 기울이고 행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악한 것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평범한 교외의 주민들이 어떻게 이웃들을 파멸과 죽음으로 이끄는지를 보임으로써 러셀은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욕망이 어떻게 잔인함과 사악함을 소환해 내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저택을 방문한 이웃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
『교외의 사탄』은 의미가 상충하는 “나는 모트레이크에 산다”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나’는 매일 지나치는 한 저택 대문에 어느 날 붙어 있는 이상한 안내판에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평범한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끔직하고 이상한 일들을 목격한다.

우리는 SF 소설을 미래에 구현될지도 모르는 첨단 과학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소설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교외의 사탄』에서 관찰자 ‘나’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관찰>하고, 이러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 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이러한 과학적 방법에 따른 추리를 기반으로 주인공 ‘나’는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하고,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과학을 이용한다. 미시건대 문학교수 ‘글래디스 가너’ 교수가 『교외의 사탄』을 SF 소설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 ‘나’는 말라코 박사의 저택 앞을 나서는 이웃주민들이 저마다 끔찍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모습이나 혼절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러한 사건들이 말라코 박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주인공 ‘나’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과 말라코 박사와의 관련성을 검증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해 나간다.

교외 주민들에게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을 과학적 방법으로 추리하다
러셀은 교외의 착하고, 평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간 본성과 욕망 그리고 잔인함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적절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악의와 사탄적 본성을 갖는 말라코 박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도덕적이고 평범한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욕망, 비열함과 잔인함, 남들을 파괴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들이 어떻게 연유로 소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아버크롬비 씨는 대단치도 않은 작위 하나 받겠다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고, 모트레이크에서 그 누구보다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졌던 비첨 씨는 몸가짐이 헤픈 한 여인을 만족시키려 어린 학생들을 거리낌 없이 망가트리려 했다. 카트라이트 씨는 과도한 사치를 위해 존경받는 이들에게 수치심과 고통을 끼치려 했고, 엘러커 부인은 사소한 행동이라지만 남편 엘러커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비열함과 잔인함, 대단한 인물이 되기를 갈망하는 미약한 인간의 무력한 분노가 그 전형적인 형태로 응축되어 있는 걸 보면 말라코 박사, 그 말라코 박사는 악마임에 틀림없어. ......’
_본문 88쪽


버트런드 러셀은 막스 플랑크의 양자 도입(1900),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1916)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1926-1927)로 이어지는 양자론이 뉴턴 과학을 낡은 과학으로 만든 혁명적 사건과 같은 현대과학이 인간의 생각과 삶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및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현대과학의 어두운 얼굴 뒤에는 항상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사탄적 본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외의 사탄』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 한 번의 타락으로 회복할 수 없는 파멸에 이르게 된 이들의 이야기 『교외의 사탄』, 단순한 호기심이 불러온 파국을 그린『미스 X의 시련』,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결국 멸망하고 마는 인류의 초상을 담아낸 『적외선-방사선 탐지기』, 죄와 벌에 대한 진지한 물음 『파르나소스의 수호자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결혼 이야기 『정식 결혼』이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쓰는 작업은, 그때까지 표출하지 못했던 내 감정들과 합리적 근거가 없는 두려움들을 언급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었던 내 생각들에 커다란 분출구가 되었다. 이야기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었다. 나는,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얘기로 여겨지기 쉬운 위험들을 이와 같은 소설 형태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정도는 믿으나 믿음의 확고한 철학적 근거가 결여된 생각들을 소설에서는 말할 수가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나는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수 있거나,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들을 경고할 수 있었다.”
_버트런드 러셀 자서전

『미스 X의 시련』과 관련하여 러셀은 인터뷰에서 “마침 코르시카로 휴가를 떠나겠다는 자신의 비서에게 그곳에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문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미스 X의 시련』은 맥스 비어봄(Max Beerbohms)의 로맨틱 풍자소설 <줄리카 돕슨 Zuleika Dobson>(1911)과 앤 래드클리프(Ann Radcliffe)의 <우돌포의 미스터리 The Mysteries of Udolpho>(1974)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쓰여진 이야기다.

특히, 맥스 비어봄의 <줄리카 돕슨>은 ‘줄리카’라는 고혹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모두 죽게 되어 영원히 ‘줄리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역설적 구조를 담고 있다. 이는 러셀이 집합론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역설을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러셀이 이런 역설적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졌을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소설들 속에 여러 가지 자신의 삶과 수학적이고 철학적인 암시를 남겨두었다. 예를 들어, “나는 모트레이크에 산다”라에서 모트레이크의 [Mort-] 에는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며, 말라코 박사의 이름인 ‘머독(Murdoch)’에서도 악함의 힌트를 엿볼 수 있다. ‘말라코 (Mallako)’라는 이름의 [Mal-]에서도 그가 사악한 인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러셀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Abercrombie, Beauchamp, Cartwright’ 등 거의 알파벳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는 대수학에서의 일반적인 기호(A, B, C,..)를 의미하며, 즉 그들이 교외의 평범한 주민들임을 암시한다. ‘스크랙스(Scraggs)’라는 이름에서는 마르고 호리호리한 여인이 연상되고, ‘프렌더가 스트(Prendergast)’라는 이름에서는 왠지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손을 내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식으로 인물 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찬찬히 음미하면 스토리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저술가이며,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이기도 하다. 1872년 영국 웨일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공교육을 거부한 할머니의 교육 방침에 따라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수학과 도덕과학을 전공했다.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로서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던 러셀은 3,0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실천적 지식인으로 변모해 갔다. 전쟁 중인 1916년에는 징병 반대 문건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하여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강의권을 박탈당했고, 2년 후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간 투옥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핵무기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고자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조직했고, 아흔의 나이에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앞장섰다.

또한 러셀은 아인슈타인, T. S. 엘리엇, 디킨슨, 케인스, 화이트헤드, 조지프 콘래드, 비트겐슈타인 등 한 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20세기 지성사에서 그의 자리 를 확고히 했다. 지칠 줄 모르는 지적 정열로 하루 평균 3,000 단어 이상의 글을 썼고, 화이트헤드와 함께 10년에 걸쳐 『수학 원리』를 집필하는 등 수학과 철학, 사회학, 교육, 종교, 정치, 과학 분야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1970년 2월 2일 밤, 98세의 나이로 웨일스에서 사망했다.

목차

서문 7

교외의 사탄 9
미스 X의 시련 109
적외선-방사선 탐지기 153
파르나소스의 수호자들 203
정식 결혼 227

옮긴이의 글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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