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혹시
살인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 작가 피터 스완슨의
‘아파트먼트 스릴러’
“뼛속까지 시리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
읽고 나면 당장 집 안의 모든 창문과 문을
한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독자 ByJon Lathamon
관음증, 복수, 데이트폭력, 혐오범죄 그리고 살인…
여성에게 가장 공포스러울 심리 스릴러!
런던에 사는 ‘케이트 프리디’가 대학 시절 만난 첫사랑 남자친구 조지에게 이별을 고한 이유는 그의 집착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너 저놈한테 관심 있어? 네가 그놈을 쳐다보는 눈빛을 봤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조지는 케이트를 찾아와 그녀를 벽장에 가두고는 평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고통스러운 기억을 선사하고 떠난다. 그 후로 케이트의 마음은 좁은 벽장 속에 갇혔다. 벽장 밖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악마가 두려워서 밖으로 나가기를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런 케이트에게 평생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국인 육촌 ‘코빈 델’이 모험을 제안한다. 여섯 달 동안 서로 집을 바꿔서 지내보자는 것. 보스턴에 살던 코빈은 런던에서 6개월간 파견 근무를 하는 동안 집세를 아낄 수 있고, 케이트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살 수 있는 더없는 기회였다.
보스턴에 있는 코빈의 집은 케이트의 상상보다 훨씬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아파트였다. 그런데 도착한 첫날, 케이트는 자신이 살게 될 304호의 옆집인 303호 문을 두드리며 ‘오드리’를 찾는 여자를 본다. 그 순간 케이트는 만약에 살아 있다면 새로운 이웃이 되었을 여자, 오드리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첫사랑 조지의 데이트폭력 이후, 케이트는 늘 신경증과 불안 장애 증상에 시달려왔다. 택시, 지하철이나 비행기를 타면 공황 발작을 일으키기 일쑤다. 장을 보러 가서도 좁은 통로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발길을 돌리고 만다. 아침에 한 잔 마신 스타벅스 커피가 불안을 증폭시킨다. 가끔은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다. 케이트는 그런 사람이다.
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케이트지만 그 상상이 사실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에는 상상이 들어맞았다. 303호에 사는 오드리 마셜이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여자가 살해당했을 때,
용의자는 대부분 전 남자친구이거나,
지금 연인이거나, 이웃이거나, 혈육이다.
친척인 코빈의 집은 넓고 살기 편한 곳이었지만, 케이트는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자꾸만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이 자신의 불안 장애 탓이라 여겨도 보지만 서랍 속에서 303호 여자 이름의 머리글자, AM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열쇠를 발견한 순간 모든 걱정은 현실이 된다. 이제 케이트는 코빈과 오드리의 관계, 그리고 코빈이 급작스레 런던으로 떠난 이유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우연히 안뜰에서 만난 312호 남자는 자기가 몰래 303호 여자를 훔쳐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또 케이트의 친척인 코빈이 303호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오드리가 물었을 때 코빈은 303호 여자와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했다. 케이트가 우연히 만난 303호 여자의 옛 남자친구는 아예 코빈이 오드리를 죽인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케이트는 코빈의 집에서 자꾸만 수상쩍은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코빈은 자신이 ‘오드리 마셜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케이트는 자꾸만 드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이곳은 살인자의 집일까?
3명의 남자가 오드리 마셜이 죽은 303호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중 한 명은 오드리 마셜을 훔쳐보며 짝사랑하던 관음증 스토커 이웃이고, 또 한 명은 오드리가 죽기 직전까지 연인이었고, 또 한 명은 옛 남자친구다. 304호에 사는 케이트에게 경비원이 3명 있고 안뜰에 분수가 있는 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ㄷ자 모양의 아파트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누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그건 한 여성의 유별난 예민함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현실적인 공포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치로 독자를 휘어잡기보다 여러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그려지는 장면을 교차시키며 긴장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장면을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다시 보여주어 그들의 과거와 심리 상태를 조금씩 독자에게 내보이고, 독자가 그 등장인물(적어도 그중 하나)을 비로소 이해하게 만든다. 소설 초반에는 주로 신경증 증상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는 인물인 주인공 케이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케이트는 아직 보스턴의 새 집이 낯설고 시차에도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그녀가 경험하는 주변의 사소한 변화(물건의 위치가 기억과 다르다거나, 그녀가 그린 그림이 바뀌는 등)는 이것이 케이트의 심리 상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독자가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케이트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어느덧 독자에게도 전염되어 읽는 사람도 그런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 장애 탓이라고만 여겼던 걱정은 곧 상상보다 끔찍한 현실이 된다.
사실 이런 케이트의 두려움, 또 모든 여성이 갖고 있을 불안을 신경증이나 트라우마 탓이라고만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불법촬영(화장실 몰카),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때 ‘안전 이별’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 집착, 언어폭력, 가스라이팅 등 흔히 벌어지는 데이트폭력은 모든 여성의 현실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복도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혹시 우리 집 현관 앞에 멈추지 않을까를 두려워하고, 옷을 벗기 전에 커튼이 쳐져 있는지 확인하곤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모든 여성이 현실에서 겪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공포를 소재로 삼는다.
인간의 마음, 어두운 심연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이야기
그리고 그런 심연을 경험한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성장 드라마
공황 발작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떨쳐 일어나 자신이 직접 코빈의 집에서 증거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케이트는 스스로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코빈의 집에 있는 책장을 뒤지며 단서를 찾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어색한 대화를 하며 독자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피터 스완슨의 소설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익숙할 로베르타 제임스 형사에게 전해진다.
장르소설의 문법에 따르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여주인공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곤 한다. 그리고 케이트가 단서를 찾다가 코빈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2016년을 뒤흔든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퍼블리셔스 위클리>”,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더 가디언>”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출간된 데뷔작 《아낌없이 뺏는 사랑》 또한 “대담하고 극적인 반전을 갖춘 채 가차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보스턴 글로브>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 《312호에선 303호 여자가 보인다》는 건물의 독특한 구조가 이야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파트먼트 스릴러’다. 색다른 공간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압도적이다.
사진출처 : ⓒ Megan Gallerani
1부 다리 긴 짐승들
2부 공평하게 반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