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골목길. 소설에서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했던 낡은 오두막. 작품을 보면서 설레고, 슬프고, 행복했던 감정들은 고스란히 추억이 된다. 작품에 대한 감동이 깊을수록 작품 속 배경은 손에 잡힐 것처럼 더욱 생생하다. 아무리 흔한 배경이라도 그 배경 속에 이야기가 깃들면 그곳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마련. 이 책은 저자가 감명 깊게 본 책과 영화의 배경을 찾아가는 소소한 여행이야기다. 저자는 마흔 개의 작품 속으로, 마흔 가지의 추억을 되새기며, 마흔 번의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의 배경 속에서 자신이 만난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어 어느새 또 한편의 작품이 된다. 담담하고 소소하지만 다정한 어떤 여행의 배경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마스다 미리의 소설까지!
영화 <레 미제라블>부터 <해리 포터>까지!
책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감동의 공간을 찾아 여행을 떠나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의 배경인 다카한 료칸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여행은 어떨까?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빼어난 문장을, 그곳에 가보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까?
고흐가 왜 그토록 아를을 사랑했는지, 아를에 가보지 않고 이해할 수 있을까? 고흐의 그림과 고흐가 남긴 수많은 편지만으로는 아를을 온전히 느낄 수 없고, 고흐가 아를을 사랑했던 절절한 그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이무늬 작가의 ‘작품의 배경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은 그래서 특별하다. 내가 본 작품에 대한 감상을 보다 풍성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배경을 찾아 떠난 여행도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저자가 오키나와에 가서 남들 다 가는 해변이나 맛집 대신 1.5평 남짓의 작고 허름한 헌책방을 굳이 찾아가는 이유는 우다 도모코의 책 한 권 때문이다. 관광지도 아닌 숲 속에서 길을 잃어가며 소설 속에 나오는 그 집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헤매는 이유는 폭풍우 치는 어떤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읽었던 소설 한 편 때문이다. 여명과 장만옥이 그리울 때마다 돌려보곤 했던 영화 <소살리토> 때문에 우버 택시까지 불러 캘리포니아 외진 곳에 있는 소살리토에 직접 가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속 소살리토에는 여명과 장만옥 대신 관광객만 가득 했다.
나의 소살리토 여행은 영화에서 엘렌이 벽에 그려낸 꿈과 현실의 괴리. 그것과 닮아 있었다. 소살리토를 나오는 페리의 갑판 위에 서서 시원하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여행이야 말로 꿈이지.’
영화 밖 현실에서 소살리토는 환타지를 걷어내고 민낯을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작가에게 소살리토라는 여행의 배경은 여전히 꿈같다. 여행 그 자체가 언제나 꿈을 꾸는 것이므로! 그 꿈은 때론 진짜 해피엔딩이 되기도 한다. 엑상프로방스에 세잔을 만나러 갔다가 카뮈와 조우하게 되는 행운을 얻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 담담한 여행의 배경은 더없이 다정하다.
아름다운 사진과 개성 있는 그림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담겨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개성 넘치는 그림이다. 사진과 꼭 닮은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같은 장소 같은 배경이라도 사진과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다. 다른 감성으로 말을 건다.
여행 중 우연히 레스토랑에 갔는데 반바지나 운동화를 신었다고 일행 가운데 나만 출입을 거절당했을 때. 호텔에 먼저 가 있겠다고 쿨 하게 혼자 돌아왔는데 괜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 때. 그 찌질하고 옹졸한 마음이 때로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으로 풀어질 때가 있다. 저자가 헬싱키에서 맛본, 비트가 들어간 오묘한 빛깔의 수프처럼.
저자의 사진과 그림은 뭉친 마음을 화르르 풀어준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사뿐히 나를 들어 올려 따뜻한 곳에 데려다줄 것만 같다.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떤 곳으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있는 어떤 곳으로 안내해주는 것만 같다. 애쓰지 않고 긴장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진과 그림들. 오래된 앨범이나 스케치북에서 보았던 낯익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백과사전 회사에 다녔습니다.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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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 일본 / 에치고 유자와 / 다카한 료칸
2. 언젠가 나도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
우다 도모코의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일본 / 오키나와 / 울랄라 서점
3. 고흐가 사랑한 아를의 별밤
빈 센트 반 고흐의 『고흐의 편지』 / 남프랑스 / 아를 / 카페테라스
4. 세상의 마지막 서점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미국 / 로스앤젤레스 / 라스트 북스토어
5. 밤새워 읽었고 겨우 만났다
미즈무라 미나에의 『본격소설』 / 일본 / 가루이자와 / 서양관
6. 뭉친 마음을 푸는 수프 한 그릇
마스다 미리의 『잠깐 저기까지만,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 핀란드 / 헬싱키 / 스오파케티오 수프가게
7. 해거름 기차에서 내려 공원에 닿았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 / 영국 / 런던 / 이탈리아 가든
8. 눈 뜨니 붉은 병풍이 둘러쳐 있고
토미 스토밸 감독의 영화 『세도나』 / 미국 / 애리조나 주 / 세도나
9. 빛을 품은 도시 아비뇽
성석제, 백영옥 등이 쓴 여행소설집 『도시와 나』 / 프랑스 / 프로방스 / 아비뇽
10. 지로 가족이 살던 이리오모테섬의 오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 / 일본 / 오키나와 / 이리오모테 섬
11. 숲의 시계는 천천히 시간을 새긴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의 영화 『다정한 시간』 / 일본 / 홋카이도 / 후라노
12. 자베르의 숨결을 느끼다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레 미제라블』 / 영국 / 바스 / 풀터니다리
13. 영화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현실을 마주하다
여명과 장만옥 주연의 『소살리토』 / 미국 / 캘리포니아 / 소살리토
14. 풍경은 이미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김화영 산문집 『여름의 묘약』 / 프랑스 / 엑상프로방스 / 세잔의 아뜰리에
15. 66번 도로를 추억하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 미국 / 66번도로 / 샐리그먼
16. 숲에서 영문도 모르게 슬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핀란드 / 헤멘린나
17. 존 레논이 사랑한 가루이자와에서 수상한 휴가를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 일본 / 나가노현 / 가루이자와
18. 이젠 돌아가도 되겠다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 / 미국 / 나바호족 인디언 거주 지역 /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
19. 흐르는 육즙을 입 안 가득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의 『누들』 / 중국 / 상하이 / 난샹만두점
20. 미스트랄 불어 드는 마르세유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 프랑스 / 마르세유
21. 동화 같은 도시에서 동화책 한 권 들고
게르트 힐버미의 『토마스 할아버지의 전설』 / 에스토니아 / 탈린 / 구시가지
22. 하늘과 바다를 거꾸로 돌리니 다른 삶이 열리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랑스 / 에즈
23. 절망하지 마라. 그럼, 이만 실례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 / 일본 / 아오모리현 / 쓰가루반도
24.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걷다
요시다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 일본 / 가나가와현 / 가마쿠라
25. 아키타에 하치를 만나러 갑니다
영화 『하치 이야기』 / 일본 / 아키타현 / 오다테시
26. 마냥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가타기리 하이리의 『나의 핀란드 여행』 / 핀란드 / 헬싱키
27. 런던에서 해리포터를 떠나보내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 영국 / 런던 /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
28. 가마쿠라에서 새로운 색을 알게 되다
일본 / 가마쿠라 / 메이게쓰인
29. 하코다테에서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일본 / 홋카이도 / 하코다테
30. 라멘이 너무 좋아
드라마 『라면이 너무 좋아, 고이즈미 씨』 / 일본 / 후지사와, 도쿄 / 지로라멘, 북극라멘
31. 사람의 기억이란 간사해서, 과거는 무턱대고 아름답다
왕안이의 소설 『장한가』 / 중국 / 상하이 / 스쿠먼
32. 트리하우스를 만나러 이시가키 섬으로
오가와 이토의 소설 『트리하우스』 / 일본 / 오키나와 /이시가키
33. 생폴 드 방스는 \'시적\'인 도시였다
인고 발터, 라이너 메츠거의 『마르크 샤갈』 / 프랑스 / 코트타쥐르 / 생폴 드 방스
34. 그 끝에 신기루 같은 도시가 솟아 있었다
하루키의 『시드니』 / 호주 / 시드니 / 시드니수족관
35. 도시의 과거여행을 선물 받았다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미국 / 캘리포니아 / 샌프란시스코
36. 델마와 루이스는 이 길을 달려갔을까
영화 『델마와 루이스』 / 미국 / 나바호족 인디언 거주 지역 / 모뉴먼트 밸리
37. 우린 잘 지내고 있어요
영화 『러브레터』 / 일본 / 홋카이도 / 오타루
38. 책 밖으로 나온 홍루몽
소설 『홍루몽』 / 중국 / 베이징 / 대관원
39.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 산겐자야를 걷다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일본 / 도쿄 / 산겐자야
40. 한신칸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일본 / 고베와 한신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