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정리법 책보다 더 강렬하게 집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집뿐만 아니라 마음도 청소해주는 정리 전문가의 활약을 그린 장편소설
생생한 인물 묘사와 함께 탄탄한 스토리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가, 가키야 미우. 가키야 미우의 작품들은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살아 있는 대사로 유명하고, 아내와 남편의 숨겨진 그녀가 영혼이 뒤바뀐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남편의 그녀》는 일본 TBS 드라마로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동시대인의 고민과 문제점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작가답게 이번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에서도 마음이 병들어 집이 엉망인 사람들을 고쳐주는 정리 전문가 도마리의 활약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책에는 대기업에 다니고 주거 수준도 좋은데 쓰레기방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거나 직장동료의 홈파티에서 베이비시터가 되는 싱글 여성,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딸에게 집안일을 떠맡기는 목어 장인, 자식들을 독립시키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혼자 살면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자산가 노인,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집안일에서 손을 놓아버린 주부가 등장한다. 모든 케이스의 상담 의뢰인이 집주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마지막 쳅터에서 붕괴 직전인 한 가정이 도마리의 지도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진정한 위로와 공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침이 없는 밤이 없듯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어요”
겉으론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병들어 있는 사람들에겐 치유를
집도 인간 관계도 모두 엉망인 사람들에겐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신개념 상담 소설
작은 집에 대한 열망과 함께 미니멀리즘(일본에서는 ‘단샤리’로 흔히 쓰인다)은 생활 방식 전반을 이끄는 트렌드가 되었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짜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정신 철학으로도 확장되었다. 추리소설로 데뷔하여 여러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소재를 현실적인 문제와 혼합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장편 소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이러한 미니멀리즘이 녹아들어 간 실용 소설이다. 일본에선 흔해 빠진 정리법 책이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을 제공하는 시나리오 같은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문제를 산뜻하게 풀었다. 그 어떤 책보다 당장 집을 정리하고 싶어졌다”며 이 소설이 건네주는 치유와 조언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들을 끌어안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는 ‘버리고 가벼워지는 삶’을 이해하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있다.
“지금 필요하지 않아도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 ‘언제가’라는 날은 절대 안 와요.”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속 네 가지 케이스는 ‘오바 도마리’라는 유명 정리 전문가가 동일하게 등장할 뿐 각기 다른 가정의 형태를 보여 준다. 《당신의 정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베스트셀러를 내고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하는 오바 도마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생활력 강한 아줌마 캐릭터이다. 단순히 집을 청소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상담해주어서 인기가 많은 그녀지만 소설 속 문제적 인물들에겐 하나같이 환영받지 못한다. 본인의 의지로 도마리를 부른 것이 아니라 가까운 가족이 집 안 꼴을 보다 못해 신청했기 때문이다. 번듯한 회사에서 말끔한 외모로 일하지만 쓰레기 집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새우잠을 자는 싱글 여성 하루카, 목어 장인으로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왔지만 아내를 떠나보내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홀아비 덴조, 자식들을 독립시키고 혼자 3백 평 집에 온갖 물건들을 모아 놓고 사는 독거 노인 에이코, 고급 관사에 살면서 모든 집안일에 손을 놓아버렸지만 방 하나만은 잊지 않고 정리하는 주부 마미코. 딱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그들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엉망진창인 집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처음 도마리가 방문했을 땐 ‘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 어서 집에서 나갔으면 좋겠다’‘저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 보네. 기분 나빠’라고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도마리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과정이 흥미롭다. “집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 마음에 문제가 있다”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도마리의 상담 기술을 그리는 작가의 노련한 필력이 놀랍다. 도마리에 의해 더럽고 어지러운 방이 깨끗한 방으로 변해갈 때 모두가 드라마틱한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도마리가 직접 집 청소에 나서는 마지막 쳅터의 경우, 주인공인 마미코의 슬픔을 달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만약 내일이 인생에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실존 인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도마리의 지도는 탁월하다. 그녀는 물리적으로 집 안을 깨끗히 청소하는 것보다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있는 심리 상태에 흥미가 있는 인물이다. 도마리의 작업 일지라고 해도 무방한 이 소설은 모든 일의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누군가는 불륜으로 얼룩진 마음을 물건으로 채울려고 하고, 누군가는 힘들게 일한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부린다는 이유로 쇼핑 중독에 걸린다. 다른 누군가는 몇 년째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세일하는 물건을 무조건 사들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의 물건을 버리면 기억마저 사라질까봐 끌어안고 살아간다. 도마리가 정리하는 것은 집이나 방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상태를 만든 사람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도마리의 충고에 따르면, 노후에 안심하려면 물건이 아니라 돈을 남겨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보관하는 것보다 옷을 사는 즐거움을 남겨두는 편이 낫다.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은 대체로 다른 사람 역시 필요하지 않고, 가격이 얼마였든 당장 안 입는 옷은 끝까지 안 입는다. 점점 더 멀쩡히 쓸 수 있는 것도 받아줄 곳이 없어 많은 돈을 주고 버려야 할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요즘처럼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드문 시대에 원망을 들어도 좋으니까 진실을 말해주는 편이 진정한 친절함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소설이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이 없듯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고 차분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1959년 효고 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후 소프트웨어 회사를 거쳐 2005년 《회오리 소녀》로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미스터리 소설부터 판타지, 현대 사회풍자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소재의 경계 없이 폭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나 고령화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생생한 인물 묘사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저서로는 TV 드라마화된 《리셋リセット》, 《남편의 그녀夫のカノジョ》외에,《결혼상대는 추첨으로結婚相手は抽選で》, 《금연소설禁煙小說》, 《70세 사망법안, 가결七十歲死亡法案, 可決》, 《뉴타운은 끝났다ニュ-タウンは黃昏れて》 등이 있다.
Case 1 사지 않곤 살 수 없는 여자
Case 2 물건을 버릴 수 없는 남자
Case 3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
Case 4 하나의 방만 정리하는 여자
해설| 요시다 노부코 : 아아, 도마리 씨가 정말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자후기| 이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