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른 경호들과 달리 나를 보곤 인사 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어 주길 바랐는데 내가 묻는 말에도 불필요한 대답을 하지 않는 그가 야속하다고 생각 들었다. 나 톱스타병 그런 것도 없는데…….n“저 이것 좀 드실래요?”n“괜찮습니다.”n서포트로 들어온 간식을 건네자 그가 바로 거절을 했다. 코디 언니랑은 대화도 하고 웃음도 보이던데 내가 그렇게 별론가……. 엄청 무안해서 괜히 거울만 들여다봤다. 거울을 통해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몸을 홱 돌려 그에게 말을 걸었다.n“지난번에 경호해 주던 오빠는 나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달라고 그랬는데 그쪽은 필요 없어요?”n“경호원은 피경호인에게 사적으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게 제 원칙입니다.”n원칙은 핑계고 사실 이 남자 사장에게 내 얘기를 듣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히 위축되고 부끄러웠다. 직접 고른 경호원이라고 했으니 이미 치부를 알고 있으면 어떡해. 그럼에도 그의 눈빛엔 나를 경멸하거나 더럽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나 스스로 위축되었던 것 같다.n그가 내 질문에 대답을 한 건 고작 이름과 나이가 다였다.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으로 묻는 건데도 대답하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게 딱 잘라 선을 그었다.n“저는 피경호인을 경호하는 게 일이지 제 개인정보를 알려 드릴 의무는 없습니다.”n바보……. 자기가 나한테 선을 그을 때마다 자꾸만 더 궁금해지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불필요하게 무뚝뚝하고 내게만 칼 같은 그에게 나는 자꾸만 관심이 갔다. 대본에 나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상대가 그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오늘도 내가 건넨 농담에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나 이예리인데……. 이렇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따위의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고 자꾸만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