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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과 풍요의 윤리학 - 최고의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서민아 옮김 | 스윙밴드
  • 등록일2017-02-22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30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지식의 바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편집된 지식, 간편한 인문학이 대세다. 시민사회의 교양인이 되도록 돕는다는 목표를 내세운 책들이 열성적으로 소비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는 ‘앎’에 대한 끈끈한 사랑이 본능으로 아로새겨져 있으니, 지식에 대한 우리의 갈구는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단 몇 분 만에 정치에서 요리까지 원하는 지식을 검색해낼 수 있는 ‘지식의 정보화’ 시대다. 한마디로 지식이 태평양의 바닷물처럼 흔해졌다. “간편하게 손질된 폭넓은 지식”이라는 콘셉트가 오늘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가 아니라, 고유한 자산으로서의 지식을 소유하려는 욕망. 그리고 그것의 충족을 약속하는 ‘책’이라는 판타지.

계획대로만 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데이비드 흄과 리처드 도킨스와 제러미 벤담을 논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일까? 어느 서점 엠디가 절묘하게 지적했듯이, 지식이라는 뼈대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은 언제나 “각자 할 몫”이기 때문이니까. 아무리 사소한 지식이라도 그것을 의미 있게 사용하려면 우선은 사유라는 걸 좀 해야 하는 것이다.



지식의 궁극적 목적은 ‘좋은 삶’이다

『번영과 풍요의 윤리학』은 24세기에 걸친 인류의 철학과 정치사회사상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 심리학, 뇌과학의 최신지식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폭넓은 교양서’다. 저자인 마시모 피글리우치는 철학과 유전학 두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생물학교수였다가 현재는 철학교수로, ‘백과사전적 지식’을 뽐내는 이러한 책의 저자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모든 지식은 앎 그 자체의 기쁨이나 교양인의 “지적 대화”에 봉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간다. ‘최고의 삶’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즉,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해답으로서의 지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현실적인 목표를 가진 책이라 하겠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좋은 삶,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저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좋은 삶이란 덕의 윤리에 따라 아크라시아(의지박약)를 극복하고 에우다이모니아(번영과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에서부터 이기적이라서 본능과 감정에 충실해야 행복해진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도무지 요령부득인 도덕예찬론 아닌가. 그런데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우리를 좌절의 구렁으로 한 걸음 더 밀어넣는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 계속해서 덕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즉 올바른 이유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처럼 인생을 과제로 이해하는 관점을 따르면, 어느 시점까지 착하게 살다가 이후에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경우,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평가가 폄하되거나 심하게 훼손될 수 있고, 초반엔 대충대충 살았지만 이후에 높은 도덕적 기반을 되찾은 경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기특하게 여길 수도 있다.”(12쪽)

한마디로 에우다이모니아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멈출 수 없는 부단한 과정이란 말씀. 너무 좋은 말인 나머지 무척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상 우리에겐 이 외에 다른 어떤 가능하고 올바른 삶의 방식이란 없다는 것을.



지식은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사실일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철학과 과학이라는 양대 분야의 전문가답게, 저자는 서로 분리된 두 학문 분야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들을 추출해 자신의 ‘도덕철학’을 완성한다. 이러한 사유방법론을 저자는 ‘사이파이(sci-phi, science+philosophy)’로 명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과 과학을 결합하여 세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세계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능한 최고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상당히 오래된 견해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스키엔티아scientia’라 했다. 스키엔티아는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보다 넓은 의미의 ‘지식’을 의미한다.

한편, 현대과학은 인간의 존재와 행동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엄청나게 넓혔다. 특히 진화생물학이나 뇌과학은 인간의 감정과 기분,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정치적 논쟁이나 법률 제정, 문화와 트렌드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인류의 지성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는가? 그래서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문제들이 극적으로 해결되었나?

상황은 비관적이다. 접근성이 높아진 전문지식은 편집과 확산의 무한루프를 떠돌며 왜곡되고 누락되고 날조되어 오히려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데 활용된다. 뇌과학과 유전자를 근거로 한 범죄자의 변론, 심리학과 통계를 활용한 정치전략의 “틀짜기”, 호르몬 연구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는 마케팅, 진화론에 기댄 각종 차별주의는 물론이고 ‘마음치료’나 ‘끌어당김의 법칙’ 같은 유사과학까지. 과학이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 시대에 어째서 우리는 아직도 지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잘못된 지식을 간파해내지 못하나? 우리는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생각을 하고, 무엇에 기대어 근거를 마련하고, 행동방침을 결정할 것인가?



번영과 풍요에 이르는 삶의 지혜를 사색하라

데이비드 흄은 『인간본성론』에서 도덕판단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자연주의적 오류’에 관해 언급했다. “흄은 사실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제(사실인 것/사실이 아닌 것)에 관해 글을 쓴 사람들이 마침내,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윤리적 의무(해야 하는 것/해서는 안 되는 것)와 관련된 전혀 다른 종류의 담론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흄은 사실과 가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관련성을 적용하는 사람은 확실히 그것을 정당화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15쪽)

저자는 자연주의적 오류에서 벗어나 올바른 도덕판단에 이르는 방법으로 윤리학 및 도덕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반성평형’을 추천한다.

“반성평형은 1955년에 넬슨 굿맨이 처음 도입한 개념이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도덕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존 롤스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반성평형의 방식은 이름이 암시하듯, 본질적으로 특정한 윤리문제에 대해 우리가 가질 법한 여러 가지 개념, 판단, 직관 사이에서 평형을 추구하려는 이성적 반성의 형태다. 반성평형의 목적은 최대한 일관성을 갖게 될 때까지 우리의 판단과 논리를 끊임없이 수정하여 마침내 ‘평형’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루도록 하려는 것이다.”(250쪽)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과 지혜를 찾아가는 사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번영과 풍요의 윤리학』이 제안하는 ‘좋은 삶’을 위한 답은 답답할 정도로 정공법이다. 그토록 많은 지식을 통해 내린 결론이 너무 해맑아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트렌디한 지식이나 패셔너블한 사유가 줄 수 없는 설득력과 힘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이러한 방법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존재기 때문이다.



“이 삶은 우리의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하며, 이 과제를 위해 사이파이는 단순한 상식이나 정치이념, 종교적 신비주의보다 우리를 돕기 위해 훨씬 준비가 잘 갖추어져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다소) 이성적인 동물이며,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합리적 사고를 어떻게 이용할지 깊이 숙고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347쪽)

저자소개

코너티켓대학 식물학박사, 테네시대학 철학박사를 거쳐, 페라라대학 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토니브룩대학 생물학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뉴욕시립대학 철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진화생물학 분야의 영예인 도브잔스키 상을 받았으며, 미국과학진흥회 펠로우다. 저서로는『이것은 과학이 아니다Nonsense on Stilts: How to Tell Science from Bunk』외 8권이 있다.

목차

서론 번영과 풍요에 이르는 삶의 조건 



1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가

1- 트롤리 딜레마와 도덕판단 

2- 도덕감정을 타고나는 뇌 

3- 본능의 도덕을 넘어서 

4- 도덕운moral luck과 덕의 윤리 



2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가

5- 합리화에 능한 사고력 

6- 유능함의 통합모델 : 훈련된 직관과 의심하는 이성 

7- 관점주의 과학 



3부 의지를 사용하는가

8- (제한된) 의지력 

9- 내 안의 좀비, 그래서 누구 책임이지? 



4부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가

10- 사랑할 때 알아두면 요긴한 과학 및 철학 

11- 우정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 



5부 정의를 실천하는가

12- 정치의식 vs 심리게임 

13- 공정성 계산기의 한계 

14- 인간의 도덕력moral power은 정의와 좋음을 지지한다 



6부 신에 대해 질문하는가

15- 미신의 믿을 만한 효능 

16- 신의 기원과 종교의 진화 

17- 에우튀프론의 딜레마 : 도덕은 인간의 문제일 뿐 



결론 최고의 삶을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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