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기억하리라!
그날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 역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2009년 1월 20일, 2009년 5월 23일, 2010년 3월 27일, 2014년 4월 16일. 그날들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는 아직도 의혹을 가진 사건들이 많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벌어진 사건들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발표로 인해 국민들의 의혹은 깊어졌고, 민심은 분열되었다. 우리는 아직 그날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 용산 참사, YTN과 MBC 언론 탄압, 천안함 침몰,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이 있고, 이미 지난 일인데 굳이 다시 끌어낼 필요가 있냐고 하는 이들도 있으며, 진실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끝까지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빨갱이’라는 비난과 ‘블랙리스트’라는 협박 그리고 죽을 고비까지 넘으며 진실을 파헤친다. 바로 전주 국제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인 김영진 교수와 이세영 감독이 만난 10인의 감독들이다.
두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감독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인지, 왜 우리에게 진실이 중요한지, 누가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지, 그들이 몇 년간 추적한 진실은 무엇인지 영화 속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끌어내 책 《리멤버》에 담아냈다.
책에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헤친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 용산 참사의 진실을 추적한 <공동정범>의 김일란 감독, 4월 16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은 유가족과 함께한 <나쁜 나라>의 김진열 감독, MB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주진우 기자와 함께한 <저수지 게임>의 최진성 감독, 7년간의 언론 탄압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한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김진혁 감독, 대북 안보관의 리트머스가 된 천암한 침몰 원인을 재구성한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의 최승호 감독, 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지 민주당 경선 속으로 들어간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 그리고 탈북자들의 죽음의 여정을 따라나선 <천국의 국경을 넘다>의 정인택, 이학준 감독 등 10인의 감독들과의 심도 깊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자세로 타락한 국가 기관과 언론이라는 거대 권력의 연합체들이 가리는 진실의 퍼즐을 풀기 위해 맞섰던 감독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은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휘발성 강한 분노가 아니라 차갑고 냉정하게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 10인의 감독이 진실을 추적하는 단 하나의 이유,
다시는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10인의 감독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이름으로 언론이 해내지 못했던 진실 탐사와 극영화가 파고들지 못했던 사회적 모순의 면면과 삶을 정경들을 포착해 냈다. 그들이 진실을 알고자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다시는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지난 정권 10년 동안 일어난 대참사는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들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도대체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용산 참사, 천안함 폭침, 국정원 간첩 조작 의혹, 언론 탄압,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MB 비자금, 남북 경색 등 지난 10년간 일어난 사건들은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 이것이 가능할 때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올해로 10년이 된 용산 참사, 5년이 된 세월호 참사 등 아직도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여전히 누군가는 진실을 숨기려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책 《리멤버》는 인터뷰한 감독들의 입을 빌어 진실을 덮고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우리는 끝까지 기억하고 진실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리멤버》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억해야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할 사건에 대한 책이면서, 한편 역사에 있어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 역시 던져 주는 책이다.
<저수지 게임>의 최진성 감독은 처음 주진우 기자가 MB의 비자금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웬 뒷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BBK, 다스, 4대강, 자원 외교, 방산 비리에 대해 수없이 들었는데, 단 한 가지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고 한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로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고 여길 때가 있지만 정말 진실인지 의심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지영 감독은 항해 기록 데이터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그날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침몰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워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그의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는 한편‘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진실로 믿게 되는 요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던진다. 그가 밝힌 진실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부정하고, 음로론으로 치부하려는 이들을 보며 그는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은 현 시점에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실이 정말 사회적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계속 묻는다. “당신은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느냐”고 말이다.
명지대 영화뮤지컬 학부 교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영화 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5년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창간 때부터 기자로, 2000년부터 <필름2.0> 편집 위원으로 활동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저서로는 《평론가 매혈기》,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영문판 《이창동》, 《박찬욱》 등이 있다.
프롤로그 –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하여
1장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 김지영 : 이승만에서 세월호까지
2장 국가가 감추려는 비밀 – 백승우 : 천안함 침몰
3장 ‘돈 괴물’의 전성시대 – 최진성 : MB의 추억과 구속
4장 국가란 무엇인가 – 김일란 : 용산 참사
5장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 그 하나 – 김진열 : 세월호 참사
6장 그들은 왜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가 - 김진혁 : 해직 언론인 사태
7장 세상의 바보들을 위하여 - 이창재 :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
8장 대한민국을 바꿔라 - 최승호 :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9장 남한에서 행복을 찾았나요? - 정인택, 이학준 : 탈북자 3만 명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