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교육에 사활을 거는가?
: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준 교육의 새로운 공식
2018년 3월, 애플은 신형 아이패드 발표 장소로 시카고의 한 공립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이전까지 신제품 발표 행사가 대부분 애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더욱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애플의 의도를 잘 드러낸 것이었다.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격전지는 교실”이라며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학습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언급했다. (2018년 3월 26일자)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정신의 자전거’라 말하곤 했다. 자전거가 우리의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술이 우리의 지적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즉 기술이 인류가 이미 도달한 곳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리를 데려갈뿐더러 그 너머를 발견하고 새로 만들어내서 예전에 없던 혁신을 이루게 해준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런 믿음은 애플의 교육 비전으로 자리 잡았고, 애플이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등 교육 사업에 열정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왜 이토록 교육에 주목하는 것일까? 기술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학습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모바일기기뿐 아니라 3D프린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은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개인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으며, 학습자와의 관련성을 높여 자기주도적 학습을 이끌어낸다.
애플 교육 담당 부사장으로 수십 년간 기술과 교육 변화의 최전선에 있던 존 카우치는 이 책 《공부의 미래》에서 주요 교육 심리 이론과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교육관, 다양한 교육 현장의 사례 등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교육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준 교육의 새로운 공식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미래 교육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해줄 책이다.
“도구가 아니라 문제에 대해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 21세기 학습자, 디지털 네이티브가 공부하는 방식
2015년 테슬라모터스 CEO 일런 머스크는 최고 명문이라 일컬어지는 사립학교에 다니던 자신의 자녀들을 모두 그만두게 했다. 그 학교가 21세기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아드 아스트라’라는 학교를 직접 세웠다. 베이징 TV와의 인터뷰에서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도구가 아니라 문제에 대해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이 학교가 학년 구별 없이 각 학생의 능력과 열정에 부응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무엇보다도 활동 학습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밝혔다.
일런 머스크의 이 말은 오늘날 가장 주된 학습자인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낸다.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지식을 암기하는 형태의 학습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무수한 정보를 활용해 유튜브나 브이로그 등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가 되고 싶은 적극적인 학습자다. 이들에게는 그들 자신을 다루는 교육,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형태의 학습이 필요하다.
이런 학습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이들이 실리콘밸리 리더들이다. 테크놀로지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은 창의성과 협력, 도전을 중시하며 그것을 잘 발휘하는 인재들이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목격했다. 이것이 비숙련 노동자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한 ‘평균의 학습을 위한 표준 교육’, 시험에 준비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던 이전 시대의 학습과 오늘날의 학습 방식이 달라야만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일런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마크 저커버그 부부 등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교육관을 인용하면서 최신 지식을 배우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문제 해결에 사용할지를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노동력을 준비시키는 것이 아닌 삶을 준비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 소비자에서 창작자가 되다
: 창의성과 협력, 도전을 요구하는 새로운 학습의 틀
2015년 미국 댈러스 코펠고등학교의 과학시간. 인체에 대해 배우던 학생들은 과학교사 조디 다인해머에게 스스로 도전거리를 제안했다.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아동 영양실조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이 계획을 ‘국경 없는 건강(Health Without Borders)’이라 명명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 이 내용을 멀티미디어 강좌로 만들어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지 인체와 영양실조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프로그램 사용법, 새로운 매체를 만드는 법, 인터뷰와 조사 실행 방법 등을 익혔고, 발표능력, 팀워크와 협력, 타인에 대한 공감력 등을 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박제된 지식이 아닌 스스로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폭넓은 시야,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1년 후 새로운 학급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를 개선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최신 내용을 덧붙이고, 공동작업으로 책의 내용을 작성하고,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디지털로 구현한 3D 인체모형을 포함했다. 학생들은 이 결과물을 교실에서 발표한 뒤 아이튠스에 올렸다. 이 강좌의 구독자는 5만 명이 넘었고, 학생들이 만든 책은 1만 2000회 넘게 다운로드되었다.
코펠고등학교의 사례는 ‘도전 기반 학습(Challenge Based Learning)’의 대표적인 예다. 도전 기반 학습은 애플의 ACOT(Apple Classrooms of Tomorrow) 연구를 통해 탄생한 교수법으로, 학습 과정이 학습자에게 관련성이 있으면서 창의성과 협력과 도전을 요구하는 유연한 교육 방법이다. 도전 기반 학습은 학습자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자, 창작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고 자신과 관련 있는 일을 다루고 싶어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도전 기반 학습이 무엇이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널리 알려진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기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어떻게 기술이 최고의 학습 성과를 이끌어낼 것인가
애플Ⅱ 컴퓨터가 출시된 초기, 존 카우치는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에 애플Ⅱ 컴퓨터 2대를 기증했다. 학교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벽장 속에 넣어두고는 자유시간에만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했다. 얼마 후 컴퓨터를 추가 구매해 벽장에 넣을 수 없을 만큼 컴퓨터가 늘어나자, 교육 과정에 컴퓨터 수업을 개설하기로 하고는 IBM에 근무하던 학부모에게 커리큘럼을 의뢰했다. 그 학부모는 컴퓨터 설명서 1면을 그대로 베껴 몇몇 낱말을 지운 다음 학생들에게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학습자를 위해 제대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지금껏 많은 곳에서 이런 형태로 컴퓨터 수업을 진행해왔다. 지금도 교실에 기술을 도입할 때, 그것이 학습자의 동기부여를 높이거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이나 문제지 인쇄 등 이전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던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아이들의 손에 디지털 기기를 쥐어준다고 해서 갑자기 창의성과 자발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도입 방식은 오히려 기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디지털 기기를 다뤄야 할 아이들에 대한 믿음 역시 무너지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학습에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흔히 갖게 되는 환상과 오해를 언급하면서, 기술 도입의 주요 모델인 TCPK와 SAMR을 인용해 바람직한 기술 도입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다양한 기술들이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 최고의 성과를 이루는 데 이용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애플 수석 고문이자 전 교육 담당 부사장. 오바마 정부의 국가 교육 기술 계획(National Education Technology Plan)과 커넥티드(ConnectEd) 계획에 애플 대표로 참여했다. UC버클리대학원을 졸업하고 휴렛패커드에서 일하던 중 스티브 잡스의 제안으로 애플의 54번째 직원이 되었다. 1984년부터 10년간 애플을 잠시 떠나 혁신 기술을 이용해 샌디에이고의 한 학교를 탈바꿈시키는 일을 했다. 현재 이 학교는 학업 성취도가 높거나 학생 간 성취도 격차를 크게 개선한 학교를 치하해 지정하는 내셔널블루리본(National Blue Ribbon) 학교이다. 2002년 스티브 잡스의 요청으로 애플로 돌아가 교육을 디지털 시대로 이끄는 과업을 맡았다. 2017년에는 하버드대학 신입생 학습 연구 기금을 조성해 학생의 학습과 동기부여 개선을 위한 최신 연구를 지원했다. 필라델피아대학에서 교육 혁신에 대한 공로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티브 워즈니악 서문_새로운 공부의 시대를 향한 안내서
프롤로그_정신의 자전거에 올라타다
1부—우리가 도착해 있는 곳
1장 전혀 다른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2장 “남들만큼만 해”라는 말이 먹히지 않는 시대
2부—모두가 놓치고 있었던 공부의 본질
3장 성공 잠재력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오해
4장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왜 배우는가’
5장 소비/암기형 학습의 종말과 새로운 학습 유형
6장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학습 공간
7장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배워야 할 것
3부—디지털 시대에는 다르게 배운다
8장 도전 기반 학습: 콘텐츠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9장 접근성: 모두에게 기회를
10장 메이커 운동: 창의성과 자율성의 핵심
11장 코딩: 디지털 리터러시의 시작
4부—최고의 성과를 가져다줄 기술과 교육의 공존
12장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13장 아이패드로 무엇을 해야 할까
14장 AI부터 VR까지, 학습 경험을 탈바꿈시키는 도구
15장 앞으로 5년 후
에필로그_변화